'진정성'의 정확한 실체는 모르지만
'진정성 없는 것'이 무엇인지는 직관적으로 알고 있으며
'진정성'이 뭐든 간에 사람들은 그것을 원한다.
진정성 찾기는 우리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영적 목표로 부상했다. 이 목표는 환경, 시장경제, 개인 정체성, 소비문화, 예술 표현, 삶의 의미 같은 가장 논란 많은 쟁점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많은 애로점을 안고 있다.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 견해는, 싸구려 대량생산 소비제품으로는 진정성 있는 개인 정체성을 구축할 수 없으며 지구를 아끼고 최소한의 발자취만 남기는 것이 진정한 삶의 본질적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개인적 성취에 관해서도 근대세계에서는 의미 있는 창조적 삶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이가 많다. 그래서 근대성의 외부에서, 혹은 근대성의 반대편에서 더 진정성 있는 삶의 방식을 찾는다. 계몽에 대한 반동으로 낭만주의가 일어났던 옛 시절의 상황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요즘 진정성 찾기는 또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되는 일이 흔하다. 그걸 지켜보는 우리는 다들 새 트렌드를 이용해 돈 벌 궁리만 하는군 하며 또 냉소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도 사회는 썩었다, 경제가 사람을 소외시킨다, 체제를 완전히 뒤엎거나 아니면 포기해야 한다.혼란스럽지만 잘 보면, 우리가 구매하는 상품과 우리의 정체성 간의 관계, 그리고 소비문화, 예술적 비전, 진정한 자아가 맺는 광범위한 관계 속에는 잘못된 논리와 신념이 잔뜩 깃들어 있다.
우리에겐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진정하고 의미 있고 생태친화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시장경제같은 근대의 많은 측면들이 해롭지 않고 오히려 풍성하고 활기찬 가치의 원천으로서 포기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접근법 말이다.
진정성의 도덕적 측면은 현대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소망, 꿈, 직업, 가정생활 등 삶의 모든 요소가 우리의 진정한 목표와 잠재력을 반영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연관된다. 그것은 자기 실현, 자기 발견을 최우선에 놓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상이다.
우리는 진정한 나, 진정한 삶, 진정한 경험의 의미와 관련해 일종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 그 핵심에는 자기 실현과 자기 발견을 소중하게 여기는 개인주의가 자리한다. 물론 가치 있는 생각이다. 문제는 거기에 반사회적,비순응적,경쟁적 속성이 내재한다는 점이다. '너만의 어떤 것을 하라'고 권하는 히피 버전의 진정성 추구는 남들은 하지 않는 행동, 튀는 행동을 하라는 뜻이다. 이것은 순응적이고 천편일률적인 대중의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경쟁을 유발한다. 잘 살펴보면 로프트에서 살기, 생태관광, 슬로우푸드운동 같은 소위 '진정성 있는' 생활양식들에서도 위장된 형태의 지위 획득 행위가 발견된다. 그리고 이는 타자에게 분개의 감정을 일으킨다.
진정성 추구는 사회 파괴적 지위 경쟁이 되어버렸다. 과거 40년간 '쿨 사냥'을 부추겼던 그릇된 대중사회 비판을 가져다 이번엔 아예 근대 전반에 대한 더욱 전면적이고 더욱 그릇된 비판으로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대중사회 비판이 많은 사람들, 특히 좌파에게 사회규범, 관료국가, 법체계 같은 사회조직의 기본 구성요소들을 의심케 만들었다면, 근대 비판은 그보다 훨씬 나아가 자유민주주의의 전반적인 과학,법률,정치적 기반과 그 속에서 번성하는 문화를 규탄한다.
진정성에 관해 마지못해 경건한 척하는 부류부터 극도로 원리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다. 더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에 비교적 무기력한 향수를 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국적인 것에 페티시즘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국가주의나 지하드 같은 집단적 투쟁에서 희망을 찾는 무리도 있다. 그러나 진정성 추구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피하려는 특정의 몇몇 문제들이 생겨나는 데에 오히려 기여한다는 역설을 초래한다.
진정성 있는 경험, 진정성 있는 자신, 진정성 있는 삶의 의미와 관련해 우리가 잘못된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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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두꺼웠지만 제목에 혹해서 빌려온 책인데
과시용 진정성이 만연이 된 현대 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경제적으로 잉여이익이 나는 부자들만 누릴 수 있던 진정성을
이제는 부자가 아니라도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해
없는 돈을 몇달씩 모아가며 과시용 소비를 하는 많은 사람들
그런 것들이 정말 가치가 있는지는 묻지않아도 알 것이다.
그렇게 몇달씩 모아가며 갖게 된 물건이나 경험 모두
갖고 나면 허무해지는 것.
진정 자신이 원해서 그것들이 갖고 싶었는지도 의문일 것이다.
아직도 나이가 몇살인데 명품백 어떤거 사야하냐?
혹은 연봉이 얼만데 차는 얼마짜리 타는게 맞냐?
부자가 아닌데 부자처럼 보이려고 거지꼴이 되기를 자처하는 사람들.
근대의 목가적인 삶에도 삶의 고난은 있었겠지만
현대인들이 겪는 소외는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다.
삶의 기준이 그저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나에 집중할게 아니라
진짜 나와 타인에게 보이는 나의 차이가 없어지는 투명한 사회였으면 좋겠다.
타인에게 보이는 나를 위해 진짜 나를 외면하는 사회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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