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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독서기록]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by 에스제이엘 2022.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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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행복은 절대적 진리처럼 정해진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행복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었다.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을 느끼는 줄 알았는데, 매일매일 그럴듯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음식 앞에서 행복을 느끼기보다는 단순한 만족감에서 끝날 가능성이 컸다.



소화기관이 약해 평소 음식을 먹는 게 곤혹인 사람은 먹는다는 것 자체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과에 불과할 수도 있다. 식탐이 크지 않은 사람 역시 맛있는 음식 앞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여길 수도 있다.



가난해서 삶이 어려운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걸 볼 때마다. 과연 그럴까 의심스러운 적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분들이 가진 행복의 그릇이 보이는 것보다 크다는 걸 안다. 이웃이 나누는 소박한 식사 한 끼에 하루 종일 마냥 행복해질 수 있는 그릇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반만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의 행복 그릇은 작았다.



선진 한국, 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경제대국이 된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이유는 우리가 가진 행복의 그릇이 너무 작기 때문은 아닐까. 성공한 삶의 기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치러야 할 경쟁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나와도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 앞에서는 주눅이 들고, 남부러울 것 없는 직장에 연봉 1억을 받아도, 자산이 50억이 넘는 사람 앞에서는 그다지 행복한 것 같지 않은 자신을 발견한다.



지난주 금쪽 상담소에 출연한 모 아나운서와 그의 딸도 그랬다. 다정하고 단란한 가족, 문제 될 것 없이 열심히 꿈을 향해 나아가는 딸, 대한민국 상위 몇 프로는 들것 같은 퍼팩트한 가정환경에서 그들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은 이유는 역시나 행복의 그릇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올림픽에 나간 배우가 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그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싶다는 딸의 당찬 포부는 그럴듯해 보였지, 그 안에서 어떻 삶을 살지는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행복 그릇이 너무 작아 웬만한 일에는 행복이 느껴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스웨덴에서 꽤나 공부 잘했던 모범생이 탄탄한 직장을 그만두고 태국의 숲속 승려가 되어 17년을 수련하다가 다시 환속하고, 사람들에게 지혜를 나눠주는 행복한 삶을 살다가 2018년 루게릭병을 진단받고 2022년 1월 어느 날 세상을 났다. 그 주인공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를 책<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통해 만났다.



내가 만난 그의 삶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는 길을 걷다가 자신의 삶이 아닌듯한 의문들이 자라나고 결국 스스를 발견하겠다는 일념으로 속세의 모든 것을 버리고 승려의 삶을 선택하는 결단력.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하늘에서 별따기다. 혹 실천으로 옮겼다고 해도, 몇 개월 혹은 몇 년 만에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17년의 수련 생활 끝에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 망설임 없이 환속한 것도 그렇다. 환속 후 1년 8개월 정도는 세상 속으로 융화되지 못하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기도 했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세상에 자신이 깨달은 빛을 나누는 일을 하시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으셨다.



그러나 삶은 살만하다 싶을 때 그것들을 또다시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루게릭병을 진단받으신 후엔 더 삶을 사랑하셨다. 마지막 1년 정도부터는 이 책을 지필하신 것 같다. 좋은 삶, 옳은 삶. 자신이 원하는 삶. 가치 있는 삶을 살길 열망했던 한 인간의 숭고한 애씀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우리 모두 승려가 되거나 성직자가 되거나, 속세의 모든 것을 버리는 결단을 내릴 필요는 없겠지만,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결단,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애씀은 간절하게 필요해 보인다. 그 과정들 속에서 내 안의 행복 그릇이 넓어지는 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너무 깊은 그릇은 안된다. 깊은 행복보다는 작고 소소한 행복을 자주 느끼는 삶이 나는 더 좋을 듯싶어서다.



지금 스스로의 삶을 위해 애쓰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경이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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