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스스로 미워하고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작은 실수나 잘못을 비난하고, 더 멋진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인다. 이렇게 자신과 불화하고 스스로에게 고통을 주는 행동이 반복되면 번아웃, 강박 등 정신적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결국 일상생활을 하기조차 힘들어지게 된다. 어떻게 자기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자기를 돌보는 일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가꾸는 전제 조건이다. 자기돌봄은 ‘스스로 몸과 마음을 돌보고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주체가 되는 것’을 뜻하는데, 신체적인 돌봄을 비롯해 정서, 관계 및 영혼을 돌보는 일을 포함한다. 자기와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고, 그 속에 있는 자신을 존중하며, 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친절을 베푸는 전반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스스로에게 따뜻한 내면의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누구나 자라면서 사회적 개인적 돌봄 환경으로 인해 생존에 위협이 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그 경험이 상처 난 마음으로 자리 잡게 되면 ‘수치심, 죄책감, 무력감’이라는 핵심 감정을 형성하여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처한 문제와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여 자기와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이는 고스란히 다른 사람과의 관계로 옮겨져 갈등이 증폭된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한데 그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자기 돌봄이다.
누구나 뜻대로 되지 않는 삶과 함께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고통을 느끼면 연결감이 끊어지고 보편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나만 힘든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 문제없이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원래 고통보다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인간을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고통 때문이 아니라 그 고통 속에 혼자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은 ‘나 혼자뿐이라는 느낌’을 가장 큰 고통으로 느낄 만큼 뼛속 깊이 사회적인 존재이다. 그렇기에 고통 속에서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우리를 일어서게 하고 살아가게 만든다. 물론 보편적 인간성을 인식한다고 해서 원래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혼자 그 고통을 겪는다는 마음에서 오는 수치심, 억울함, 고립감과 같은 2차적 고통이 약화되는 것이다.
수치심은 발작적인 감정이다. 그리고 자기부정으로 이끄는 맹독성의 감정이다. 물론 독이 약한 수치심도 있다. 예를 들면, 교실에서 소리 나게 방귀를 뀌거나 사람들 앞에서 실수를 지적받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는 누구라도 그 상황에 처하면 숨고 싶어지는 ‘보편적 수치심’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창피함’에 가깝다.
여기에서 말하는 수치심은 그런 큰 실수나 잘못이 없는데도 불쑥불쑥 엄습하는 ‘원초적 수치심’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원초적 수치심은 무엇일까? 이는 애착 손상에서 비롯된 자기부정의 감정을 말한다. 원초적 수치심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감정이다. 다른 감정들은 구름처럼 생겼다가 사라지지만 이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유년기의 수치심이 바탕 감정으로 굳어지는 이유이다.
어른들도 유난히 선호하고 각별하게 여기는 대상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넘어 위로를 받고 교감을 느끼는 대상을 말한다. 어른들에게 그 대상은 아이들보다 훨씬 다양하다. 인형이나 피규어일 수도 있고, 손때 묻은 책상이나 아끼는 옷과 같은 것일 수도 있고, 악기나 자동차일 수도 있다. 혹은 사물이 아닐 수도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일 수도 있고, 오랜 시간 함께한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예술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작가나 연예인일 수도 있고, 자주 가는 카페나 산과 같은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돌봄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하다. 다만 성장할수록 그 돌봄의 주체가 자신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자기 돌봄의 시작이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자세로 마음을 살피는 그라운딩, 습관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판단을 멈추는 괄호 넣기, 비난이 올라올 때마다 자기 친절의 문구 들려주기 등 쉽고 간단하며 효과가 확실한 방법들이다.
최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늘고 격한 경쟁 환경 속에서 개인들의 스트레스와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자기 돌봄’을 통해 나와 화해하고 나답게 성장해야 한다. 자신과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며, 무엇보다 힘들 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라고 스스로 다독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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