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친구, 동료, 연인, 가족 등 숱한 관계망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그 관계망이 끈끈하고 방대할수록 좋은 사람, 멋진 인생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많은 경우, 혼자라는 사실보다 그러한 착각이 우리를 외롭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를 정말로 성장시키는 것은 불편한 행복보다 '외로운 자유'가 아닐까.
1인 생활자 500만 시대, 혼밥.혼술이 흔해졌어도 한편으로 혼자인 사람들을 덜 된 인간 취급하는 시선은 여전하다. “넌 친구도 없냐? 왜 밥을 혼자 먹어”, “너 외롭지?”, “결혼은 안 해도 연애는 해야지”, “남편도 자식도 없이 혼자 늙어 죽을래?” 사람들은 관심인지 참견인지 모를 말을 툭툭 던지고는 그것이 무례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혼자’여서 가능한 삶이 있다. 내 취향으로 꽉 채운 나만의 공간에 가끔은 며칠 내내 틀어박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문득 떠나고 싶을 때, 누구의 허락이나 눈치 볼 것 없이 홀연히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물론 내 여건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말이다.
혼자 산다는 건 마냥 낭만적인 일은 아니다. 그건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스스로를 보살피고, 공과금을 내고, 막힌 변기를 뚫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고, 집주인이나 이웃들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하여 자취 2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원룸을 벗어나 거실과 드레스 룸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했을 때, 나는 ‘살아남았다’는 남모를 희열에 사로잡혔다. 스스로가 너무 대견한 나머지 파티라도 열어야겠다고 이사 전부터 너스레를 떨었다. 결혼 20주년을 ‘도혼식’이라 하던가. 나는 나 자신과의 도혼식을 열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흥미로운 무언가에 자원을 쏟아부으려 할 때, 우리가 실패하고 다치고 망하고 상처받을까 봐 말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머뭇거리게 한다. 내가 실패하고 망함으로써 그들을 책임지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지는 소중한 존재들, 그들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족쇄다. 가족이란 대개 그런 존재다. 그리고 그들 때문에 포기한 모든 일들은 고스란히 후회로 남는다.
우리는 종종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선택을 한다. 그러나 그 선택을 책임지는 건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기 자신이다. 우리는 자신을 더 잘 이해해야 하며, 자신을 파악하고 나서 할 수 있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게 정말 필요하지 않은 나머지는 잊어버리면 된다는 것. 저마다 각자에게 맞는 삶의 방식이 있고, 누군가와 생활을 공유하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을 내가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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