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인생이 특히 재미없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노잼시기를 극복하려면 자기만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어야 한다. 취미를 향유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도피하는 곳은 술이다. 틈만 나면 술 마시는 것 말고는 특별한 취미랄게 없는 사람들이 사실 대부분일 것이다. 술을 가볍게 즐기며 기분전환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그 빈도수가 점차 늘어가면 늘어갈수록 술로 기분이 좋아지려면 더 많은 술이 필요하게 되며 결국은 몸도 상하고, 어지간히 마셔서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래서 술이 아닌 건강한 취미로 자기만의 시간을 몰입해서 보낼 수 있게 되면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스트레스정도는 가볍게 넘어갈 수 있게 된다. 일상의 끝에 자기만의 취미가 나를 즐겁게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기에 어떤 스트레스도 두렵지 않다.
나에게는 다양한 취미가 있는데 십년전쯤에는 우쿨렐레라는 악기에 푹 빠져서 직장생활 스트레스는 보이지도 않고,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워서 이렇게 즐거워도 되나 되려 걱정 아닌 걱정까지도 했던 기억이 있다. 전 국민이 1인 1악기를 꼭 해야한다는 생각이 이때 들었다. 기타에 비하면 작고 줄도 4개 뿐이라 장난감처럼 느껴지지만 취미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나 연주곡을 연주하기에는 나에겐 충분히 완벽한 악기이다. 좋아하는 곡을 내가 연주하는 그 순간의 짜릿함과 뿌듯함은 경험해보지 않는 사람들은 알 수 없다. 마치 등산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정상에서 멋진 조망을 즐기며 느껴지는 성취감을 상상도 못하는 것처럼.
내 손으로 연주한 노래가 완벽하지 않아도 내가 이걸 연주했다는 뿌듯함 하나로 그 순간만큼은 세상 둘도 없는 뮤지션이 된다. 그런 기분을 더 자주 느껴보고 싶어서 점차 어려운 곡들도 도전하게 되고, 완곡하기 위해 연습을 하는 그 시간이 지겨울 법도 한데, 지겹기는 커녕 그 과정마저도 즐겁다. 연주연습하는 순간은 다른 고민같은걸 떠올릴 겨를도 없으니까. 세상에 나와 내 악기 오직 둘만 남아 있기에 더 없이 행복해진다. 악기 연주를 하게 되면 의외로 머리도 조금 써야하고, 몸도 함께 쓰기에 나이든 어르신들이 하면 치매예방에도 더욱 효과적이다. 이 글을 보는 분들중에 악기 연주하는 취미가 없다면 맘에 드는 걸로 정해서 무언가 악기 하나는 연주할 줄 아는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다.
나는 보기와 다르게 운동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인생운동이라고 칭하는 종목이 무려 3가지나 된다. 운동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내가 체육인처럼 느껴질지도 모르나. 3가지 운동을 동시에 하는 것은 아니니 체육인은 아닌걸로. 제일 첫번째 인생운동은 수영이었다. 수영은 처음 시작할 때는 내가 과연 물에 뜰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지레 겁먹고 온몸에 힘을 빼는 과정이 힘들어서 버거웠지만 힘을 빼고 난 후부터는 세상 즐거운 운동이 되었다. 물속에서 물살을 타고 쭉쭉 나아가는 기분을 느낄 때는 내가 이렇게까지 수영을 잘한다니. (물론 기분만 그랬을 뿐.. 남들이 보면 허우적이었을지라도...) 어디 놀러가도 물은 쳐다보지도 않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젠 물속에 둥둥 떠다니기만해도 마냥 행복한 것. 다만 희한하게 접영만 배우려고 하면 그만둬야 해서 아직도 접영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이제 날씨가 추워져서 등록하는 사람들 줄었을테니 자유수영이라도 한 번 가봐야겠다.
수영에 이어서 나의 인생운동은 요가다. 처음으로 접하게 된 건 "아쉬탕가요가" 였는데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다가 첫날 한 겨울에 맨발로 가는데 온몸이 혈액순환이 되어서 추운지도 모르고 집에 돌아온 기억이 있다. 평소에 수족냉증이 있던 나에게는 너무나 충격 그 자체. 내가 혈액순환이 안된게 아니라 운동이 부족해서 였구나를 깨닫고 그 다음부터는 요가수업을 열심히 갔다. 어김없이 요가수업만 끝나면 땀도 나고, 혈액순환이 잘 되는 기분은 물론이고, 잘 안 쓰는 근육들까지 사용하다보니 근육통까지 함께 오는데. 그 근육통이 괴로운게 아니라 즐거웠다. 운동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몸으로 느껴지니 더욱 더 열심히 하게 되고 퇴근시간만 매일 기다렸었다. 그러다가 요가강사님이 바뀌고서는 가지 못했다. 아무래도 강사쌤의 역량에 따라서 수업의 퀄리티가 달라지기 때문에 아무리 수업을 들어도 전같은 기분이 들지 않으니 그렇게 요가를 그만 두었지만 틈틈이 집에서 홈트요가를 하고 있다. 나와 잘 맞는 요가강사님을 찾으면 열심히 수련할텐데 아직까지는 찾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나의 인생운동은 달리기이다. 어릴 때 달리기를 오지게 못했던 나는 달리기는 아예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달리기가 좋은 운동이란건 알았지만 시도하다가 관절이 무리가 가서 다치는 사람도 여럿 봤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에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몇년 전에 '런데이'라는 어플로 달리기를 하는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달리기초보도 8주간 훈련을 따라서 하면 누구나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데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30분은 커녕 1분도 뛰기 싫은데 아무리 훈련을 한다고 초보가 30분을 쉬지 않고 뛰는건 말도 안된다는 생각했는데. 그 말도 안되는걸 내가 해냈다. 물론 8주를 쉬지 않고 한건 아니고, 초반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하다 말다 반복하다가 30분 뛰기는 6개월 만에 한 것 같다. 생각보다 달릴 때 런저씨말처럼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기분이 생각 이상으로 행복했다. 그래서 뭣도 모르면서 초반에 페이스 욕심내다가 통증이 느껴져서 쉬고, 그러다가 괜찮아지면 뛰었다가 또 페이스 욕심에 통증이 찾아와서 쉬고, 이런 패턴으로 반복하다보니 8주훈련을 6개월 훈련으로 하게 되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페이스가 잘 나오면 다음엔 더 빨리 뛰고 싶은 욕심이 생기다보니 무리를 안해야하는데 절제가 되질 않아서 초반에는 애를 많이 먹었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 순간에 뛰는 즐거움을 좇다가 나중엔 못 뛸 뻔했다. 혹시라도 달리기를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늦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천천히 무조건 천천히 뛰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페이스는 꾸준히 하면 어느새 빨라진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꾸준하게만 하면 자연히 따라오니까 무리하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도록 천천히 본인의 페이스에 맞춰서 부상없이 하는 것에 집중하자.
혼자 있을 때 자기만의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취미가 있으면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진다. 건강이 상하는 술말고 건강한 도파민을 분출하는 자기만의 취미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여유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유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취미는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고통받으며 일만 하려고 태어난게 아니니까. (일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은 제외...그런 사람이 있을까?)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삶이지만 나만의 취미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나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앞만 보느라 주변은 못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쉬어가기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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