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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일상

코 앞으로 다가온 가을

by 에스제이엘 2022.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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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만 같던 여름이 희미해지다

 

 

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귀뚜라미 우는 소리와 간간이 불어오는 찬 바람에

가까이 온 가을이 반가운 요즘이다.

 

 

언제부턴가 여름은 4계절 중에 제일 싫은 계절로 변했다.

더운 건 괜찮지만, 습한 건 참기가 쉽지가 않다.

 

 

방금 뽀송하게 씻고 나왔음에도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경험하고 나면

외출이고 뭐고 도로 들어가서 씻고 잠이나 자고 싶을 때가 많다.

 

 

여름이 되면 여기저기 가고 싶은 곳들도 많았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도 많았는데

아가미가 없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의 미친 습도에

나는 졌다.

 

 

6월달부터 다가온 여름은 3개월째 나를 게으름뱅이로 만들고 있다.

집에서도 생산적인 일을 하려면 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날씨 핑계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을 테지.

 

 

그래도 와중에 책은 읽겠다고 틈틈이 도서관은 다니고 있다.

그나마 차가 있어서 이동이 쉬우니 

일어나자마자 세수도, 양치도 안 하고 

마스크만 쓰고 갔다 오면 되니 이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어릴 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맘은 조금도 없지만

혹시라도 내가 20대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중고차라도 좋으니 운전은 꼭 하라고 전하고 싶다.

 

 

운전하기 전에는 단순한 이동수단으로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운전을 해보니 언제고 내가 원할 때 

움직일 수 있다는 크나큰 자유이자,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물론 주차자리가 애매한 곳 갈 때는

주차할만한 자리가 없어서 뱅뱅 돌기도 하고

이상하게 운전하는 놈들 때문에 

순간적으로 빡이 치는 순간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을 해서 좋은 점이 너무나 많기에

면허만 있고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중고차라도 좋으니 무조건 운전을 하기 바란다.

 

 

나를 게으름에 빠지게 했던 여름이 지나가고

야외 활동하기 좋은 가을이 찾아오고 있다.

 

 

 

선선한 가을이 오면

 

 

내 차를 타고 차크닉이나 차박도 가보고,

경치 좋은 산에 가서 차 한잔 마시며 멋진 풍경도 즐겨보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제주도에 가서 한달살이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절에 가서 템플스테이도 해보고 싶다.

 

 

어디든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가서

새로운 경험들을 한 움큼 하고 싶다.

 

 

날이 덥다는 이유로 미뤄뒀던 대청소도 실행해야지.

이사온지 3년째가 되다 보니

여기저기 지저분한 곳들이 눈에 띈다.

애써 무시해보려고 맘은 먹어 보지만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는 나 자신이 종종 답답해질 때도 있다.

 

 

치운다고 했으면 아무 생각 안 하고 치우면 되는데

치우자고 생각만 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몸이 편한 이 상황을 변태처럼 즐기고 있다.

 

 

미래의 나에게 할 일을 떠넘기고

너무나 안락한 침대에서 뒹굴뒹굴만 반복한다.

 

 

가끔은 너무 편안한 침대를 산 것이

나의 게으름에 일조를 하는 것도 같은데

사실 침대는 아무 죄가 없다는 거 나도 안다.

 

 

 

그냥 내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뿐

 

 

머릿속으로는 뭔가를 해야 한다고 죄책감을 느끼면서

좀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의 심리가 

이젠 궁금하지도 않다.

 

 

왜냐고?

 

 

왜겠냐? 그냥 내가 하기 싫으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거리는 게 사실은 너무 좋으니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놀 거면 마음 편히 놀면 되는데

죄책감도 못 느끼고 놀면 내가 쓰레기가 된 것 같아서

그나마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빈둥빈둥 대는 와중에도 

혼자 사는 사람은 마냥 논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놀고 싶은데 집안일은 매일 있어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마냥 놀기만 하면 너무나 행복하겠지만

아쉽게도 나에게는 가정부가 없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하고 싶지만

내가 먹은 그릇 설거지,

내가 입었던 빨래,

여기저기 흩어진 먼지 청소,

가득 찬 쓰레기봉투와 음식물쓰레기,

베란다에 있는 화분 챙기기,

더러운 화장실 청소 등등

 

 

세세하게 쓰면 더 많겠지만

저런 잡다한 일들이 매일매일 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내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저런 집안일들이

나를 맘 편히 놀게 하지는 않는다.

 

 

혹자는 식기세척기가 설거지하고

세탁기가 빨래하고, 청소기 돌리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집안일이 뭐가 그리 어렵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은

자기 집안 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예 모르는 사람이 많다.

 

 

집안에 생필품이 떨어지기 전에 사두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어긋나면 때때로 서글플 때도 있다.

 

 

화장지가 떨어져서 집 근처 마트에서 사려면 얼마나 아까운지.

보통은 인터넷에서 휴지 떨어지기 전에 사두는데

집근처 마트에서 사면 질 나쁜 휴지를 만원 더 주고 사야 한다.

 

 

미리미리 떨어지기 전에 주문한다고 챙기기는 하는데

정신없으면 그게 안될 때도 많음.

 

 

그때그때 먹을만한 음식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배달음식을 시켜 먹어야 할 때도 마찬가지.

 

 

 

그래도 더운 여름이 멀어져서 기분 좋다

 

 

아직 처서는 오지 않았지만 

내 마음엔 선선한 가을이 벌써 왔다.

 

 

나가서 걷기 운동할 때 들을 

가을이 느껴지는 노래들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코 앞에 다가온 가을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가을이 왔나 싶을 때쯤이면

가을은 온데간데없고 차디찬 겨울이 다가올 테니

이번에 다가올 가을은 요만큼도 놓치지 않고 만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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